지난 11월29일 조촐한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었다.
젊음의 거리 홍대에서 한잔 거하게 마셨다. 물론 홍대거리라고 해서 젊음이들이 넘쳐나는 거리만 있는건 아니다.
우리는 한적한 골목에 있는 술집에서 이것저것 얘기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였다.
한병 두병 술병은 쌓여가고, 우리들의 이야기도 쌓여갔다.
오랜만에 정말 술을 많이 먹은 것 같다.
돌아오는 길은 지하철 타기가 너무 힘들어 택시를 탔다.
술은 많이 먹었지만, 먹은만큼 취하지는 않은 아주 건전한(?) 날이었다.
이것저것 소지품도 잘 챙기고, 무사히 집에 돌아와... 뻗었다.
다음날 아침 장갑을 끼려고 주머니를 뒤지는데, 왠열... 왼쪽 장갑이 없는 것이었다.
왼쪽 장갑은 너무나도 소중한 장갑이었다.
핸폰을 잡는 장갑.. 오른손은 기기조작을 위해 장갑을 벗고 있는 때가 훨씬 많았다.
그만큼 왼손장갑은 소중하고 열일 하는 존재였다.
이제 오른손으로 핸폰을 잡고 왼손으로 기기를 조작해야 하나?
난 왼손잡이가 아닌데......
하지만, 10년 넘게 같이 일했기에, 이제 은퇴해서 쉬어도 될 때가 되지 않았나 자기 합리화를 시도했다.
그렇게 그는 내게서 잊혀져갔다.
1주일 뒤 12월6일 나는 산책을 나갔다.
산책을 마친뒤 우연히 정문에서 올라오는데... 진입로에 있는 턱에 떡하니 내가 잘아는 장갑이 올려져있는게 아닌가?
보자마자 알았다. 그인 것을.... 반가움이 내 머리를 터트려 버렸다.
ㅋㅋㅋ 역시 그는 배신하지 않았다. 그렇게 1주일을 묵묵히 그자리를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들의 동행은 이렇게 다시 시작되었다.